참고로 게이머즈를 평소에 안 읽기 때문에 리뷰어들의 성향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파이어 엠블렘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건 오히려 리뷰어 자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중률이나 시스템에 관해선 개인의 호불호 문제니 리뷰어의 불만에 참견하고 싶진 않지만... 칭찬해도 될 부분에까지 인색하다는 느낌을 받은 점이 아쉬움. 예를 들어 베르윅 사가는 전체적으로 시스템에 대한 평가가 유저들의 취향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지만 거의 유일하게 대부분의 유저로부터 평가를 높게 받는 부분이 '음악'입니다. 어지간히 불평하는 사람들조차 음악은 좋다. 음악만 좋다. 이런 소리를 할 정도죠. 하지만 그것조차 시덥지 않다고 잘라말하고(개인적으로 효과음이 별로라는 지적에는 동의하지만) 얼렁뚱땅 넘어가는 걸 보면.. 글쎄요.. 취향 문제일까요? 애써 외면하고 있는 걸까요? 잘 모르겠군요.
말은 이렇게 해도 리뷰에 리뷰어의 '주관적'인 평가가 드러나는 방향은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봅니다. 최소한 요즘 패미통 리뷰처럼 무미건조하고 천편일률적인 평가보다는 가치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리뷰어가 여럿 있어서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과 반대인 사람의 의견을 비교해서 보여주는 쪽이 참고용으로는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런 게임일수록 특히 그런 생각이 드네요. 리뷰어의 취향이 드러날수록(이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편향된 의견이 될 가능성도 높은 것이니까요.(주1)
어쨌든 리뷰를 읽는 내내 이 게임은 역시 파엠을 모르는 사람에게 평가를 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파엠을 아는 사람일수록(저를 포함) 어떤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엄연히 컨셉을 달리하여 나온 게임이지만 파엠과의 차별화에 대한 평가가, 시스템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이질감 그 자체로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말이죠. 이미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런 비판은 그만큼 베르윅이 독자노선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반증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만.(곁가지1)
물론 '티어링 사가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굳이 달았기 때문에 이런 선입견에 의한 비판은 자초한 면이 있습니다. 사실 발매전부터 안티활동으로 팬사이트가 요동치기 시작했던 모습을 볼 때 이미 예견된 상황이지만.. 하지만 동시에 과연 TS시리즈로 나오지 않았다고 상황이 얼마나 달랐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엔터브레인에서 나온 카가 쇼조가 참여한(주2) 시뮬레이션RPG 장르의 게임이라면 굳이 티어링 사가가 아니었어도 파엠과의 비교를 위한 비교를 하려는 사람들은 나타났을 겁니다. 그럼에도 베르윅 사가쪽을 지지하는 사람 중에 여전히 파엠 유저들이 많은 상황을 보면 같은 게임(파이어 엠블렘)을 좋아하던 사람들일 텐데 서로 헐뜯는 모습이 아주 아이러니하다고 할까요.. 재판의 시비가 누구에게 있건 가장 피해를 본 건 죄없는 유저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주1*
과거의 패미통 리뷰는 상당히 주관적이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파엠 시리즈도 점수가 리뷰어마다 들쭉날쭉했죠. <문장의 비밀> 때는 자칭 '파이어 엠블렘교 교주'임을 주장하는 리뷰어가 10점을 날리기도 했고-..-;, <성전의 계보>는 최고점9, 최하점6을 받을 만큼 편차가 컸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때 9점을 날린 장본인인 하마무라 히로카즈 현 패미통 편집장은 그때 10점을 줬어야 했다고 나중에 후회했다는 일화가 있죠) 요즘 패미통은 대형메이커의 신작이나 시리즈물은 그냥 무조건 고득점 날리는 분위기. 감상문도 전체적으로 따분함.
*주2*
발매 전에는 지지층이고 안티층이고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믿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스탭롤에는 없는 황당한 결과였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게임내용을 보건데 실제론 참여했을 거라고 보고는 있지만.
*곁가지1*
파엠과의 비교문제에 관해 개인적인 소리를 늘어놓자면.. 베르윅 사가는 파엠과의 결별이라는 의미에서는 첫 작품에 불과합니다. 게임성에 대한 평가를 따질 때 무려 15년을 이어오며 다듬어져온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와 단순비교하는 것이 과연 공평할까요? 저는 <베르윅 사가>가 진정 평가받아야 할 부분은 파엠과 다른 노선을 정립하면서도 중독성과 전략성 만큼은 잃지 않은 점이라고 봅니다. 또한 기존의 파엠 유저들 사이에서도 긍정과 부정이 동시에 일어나는 건 당연합니다. 어쨌건 베르윅은 이미 파엠에서 벗어나 버렸으니까요. 재판문제도 평가에 감정이라는 기름을 붓고 있고. 하지만 맨손에서 다시 시작한 첫 작품이 나름의 흡인력을 가졌다면, 새로운 팬들(일부 파엠유저들+새로운 유저들)을 앞으로 유지시킬 수 있을 만큼의 완성도를 가진 게임만 계속 내어준다면 독립된 시리즈로서 충분히 자립해갈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베르윅 사가>에서 본 건 그런 희망적인 가능성이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아주아주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만.. 개인적으로 베르윅 사가의 출발은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의 시작과 제법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파이어 엠블렘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잡지들의 평가는 '게임은 참신하지만 좀더 다듬어야 할 구석이 있다'였죠. 또 상업적인 성공면에서도 처음에는 떨이판매의 수모까지 겼었다고 하니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도 아닙니다. 서서히 고정팬을 굳혀가며 게임을 개량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지위까지 올라온 것이죠.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지만 <베르윅 사가>의 속편들이 이번 작에 긍정적인 평가를 날린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면 전작의 오명을 벗고 SRPG 타이틀로서 지위를 굳건히 다질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어쨌거나 베르윅 사가를 대단히 재밌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