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질려버리게 일에 눌려살고 있습니다.ㅠㅠ 주말에도 밀린 일이 산적하니 정말이지..
SK문제로 말이 많던데 실생활에서 이래저래 치이다보니 상황파악이 전혀 안 되고 있네요 ~.~
이사까지 결행하신 분들도 꽤 많아 보이던데. 전 판단이 설 때까진 당분간 머물렵니다.
새로 포스팅할 여유도 없고 해서 진작에 써둔 감상이나 올려봅니다.
좀더 내용을 분석해가며 써볼까도 했지만 기억이 흐릿해서 자신이 없네요.
그냥 가벼운 감상 위주로 써보렵니다. 일단 2시간짜리 프롤로그에 대한 감상부터..
2시간짜리에 대한 감상 주제에 길고 모든 루트 스포일러 포함입니다.
원래는 모든 루트 감상을 한번에 몰아 올리려고 했는데 일단 이거라도. ㅡㅡ;
▲ 팬디스크의 벽지. 뽀대만 따지면 역시 린은 아쳐와 함께 있을 때가 제일Prologue다짜고짜 히로인 시점처음 이 게임을 시작했을 때 가지고 있던 선입관은, 일반적인 미소녀게임들처럼 절대적인 우위를 지닌 진히로인과 기타 곁가지 히로인들이 있고 진히로인은 패키지 등의 일러스트에서 가장 튀고 있는 세이버일 거라는 생각이었다. 이 게임을 잡게 된 건 지인의 권유에서였지만 알게 된 계기는 세이버의 일러스트를 몇 번 본 것 때문이었고. 그런 상태였기에 타이틀 화면도 나오지도 않고 난데없이 토오사카 린의 시점으로 시작되는 것에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설마 18금 게임이 여성 캐릭터 시점으로 시작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고. 그래도 명문가의 마술사로서 성배전쟁에 해박한 그녀는 해설담당으로 적합했고 프롤로그에도 그래서 차출됐겠거니 했다. 하지만 모든 루트를 다 읽어서 토오사카 린과 에미야 시로의 단순치 않은 관계나, 아쳐의 비중을 이해하고 난 후 이 프롤로그를 다시 읽어보며 느낀 건 정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었구나.. 하는 생각.
페이트의 또 다른 주인공, 토오사카 린개인적으로 'Fate/stay night'의 주인공은 에미야 시로 삼종세트(시로&판박이인 세이버&안티 히어로지만 결국은 똑같은 놈인 아쳐)와 시로의 정신적인 라이벌인 토오사카 린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게임을 마친 후 공식사이트의 자료를 보니 나스 키노코씨가 고등학교 시절 구상하던 Fate의 원형의 주인공(여)과 세이버(남)이 린과 아쳐의 모델이 됐고(대신 게임에선 세이버가 성전환을 거쳐 히로인화), 게임화 초기단계에서는 시로와 린의 2주인공 시스템을 예정했다는 말을 듣고 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이.
물러터진 현실주의자라는 모순이 만들어내는 인간미가 매력인 린의 캐릭터도 이 프롤로그가 그녀 시점이었던 덕분에 시로 시점으로 넘어간 후에도 언행을 이해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세이버가 시로와 같은 모순을 안고 있기 때문에 그녀를 이해해가면 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됨에 반해, 린은 페이트 전체를 통틀어 시로를 이끌어주면서도 번번이 대립각을 세우며 시로의 판단을 되묻는 인물이기에 독자에게 그녀를 우선적으로 이해시키는 건 필수였을 것이다.
나스 키노코의 교묘한 함정들 이 프롤로그는 내용상 Fate루트와 이어지지만(린의 영주 소비수 등이) Fate를 위해 필요했던 건 세계관 도입부적인 설명 정도였고 더 중시된 건 주로 UBW루트와 HF루트를 위한 복선들이었던 것 같다. 2,3부에서의 결정적인 역할로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되는 린의 펜던트도 막상 Fate루트에선 덮여진 채 끝난다. 린이 시로를 구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던 사쿠라와의 관계도 그렇고.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프롤로그에서 인상적인 건 린과 아쳐의 만남!! 주인공과의 관계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주인공 아닌 다른 남자와 일찌감치 순정만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문제의 히로인 토오사카 린. 비록 접해본 미소녀 게임은 많지 않지만 이건 그다지 흔치 않은 패턴이 아닐까. 물론 아쳐의 정체가 결국은 주인공이기에 양다리 아닌 양다리가 가능했던 것이겠지만. 이 프롤로그 부분을 떼어내 체험판으로 배포했다던데 역시나 체험판이나 프롤로그만 본 사람들 중 다수가 아직 어떤 놈인지 모를 주인공보다 아쳐와 엮이는 린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감상을 쓴 것을 웹상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 UBW에서 시로와 린이 이어지는 전개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종종 프롤로그의 두 사람이 좋았다는 이유를 들기조차;; 사실 린과 아쳐가 유달리 사이가 좋은 것도 게임을 마치고 보면 다 의도된 함정이었다는 것은 정말 할말이 없는 부분; 물론 나 역시 버섯씨의 손바닥에 놀아났다. 사실 어차피 히로인과 주인공 아닌 남자 캐릭터가 아무리 가까워봐야 결국 남자쪽이 헛물만 켜는 전개가 뻔하다는 생각에 이들이 마음에 들면서도 불만스러웠으니까. 그래서 프롤로그를 마친 시점에 린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으면서도 공략순서가 고정이라 처음엔 무조건 세이버를 쫓아다녀야 한다는 말에 아쉬움과 동시에 기대를 품었다. 기대란 건 물론 주인공이 린과 엮이지 않는 루트에서라면 아쳐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것. 물론 이 기대는 예상을 뒤엎고 Fate루트에선 처절히 무너지고 막상 린이 주인공과 엮이는 UBW루트에서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보상(?)받게 됐지만..-.-;;
에미야 시로로서의 아쳐를 재발견하는 즐거움 이 프롤로그는 시로=아쳐를 알고난 후 다시 읽어보면 감회가 또 남다르다. 집안일에 능숙하다는 알기 쉬운 복선은 말할 것도 없지만 UBW루트에서 린과 시로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진전되는 장면에서의 시로의 독백인 '그렇게까지 강하게 보일 필요는 없어'와 같은 대사를 펜던트를 돌려줄 때 아쳐가 말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얼마전 UBW루트를 다시 한번 읽고 UBW의 린은 시로와 아쳐를 동시에 좋아한 게 아닌가.. 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게 된 것도 이런 다른 듯하면서도 본질적인 부분에서 같은 시로와 아쳐의 모습이나 린에 대해서만은 정확히 일치하는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또, 공식사이트의 자료에서 린의 이름을 들은 순간 아쳐가 느낀 감정을 '미칠 것 같은 친애'라고 표현한 걸 보고나면 린의 이름을 되새김질 하는 아쳐의 대사가 처음 볼 때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지고, 프롤로그 맨 처음에 나온 세이버와의 계약장면이 사실은 아쳐의 기억이며 '설령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선명히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 아쳐(당시 시로)의 독백이란 걸 이해하고 보면 세이버와 만난 순간 경직되어 어이없이 당해버린 아쳐의 모습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런 식으로 도처에 깔아둔 복선이나 캐릭터의 세세한 감정들을 다시 발견하는 즐거움과 린의 캐릭터 덕분에 가능한 코미컬한 분위기 때문에 이 프롤로그 부분을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한다.^^ 특히 린의 개그캐릭터의 자질에 길들여진 나머지 처음에 플레이했을 때도 시로 시점으로 넘어간 후 린이 본격적으로 시로를 갖고 놀아줄 때까지 무척 지루했다는..(퍼억)
적절한 장면에서 잘 끊어준 마지막마지막으로 달빛과 세이버의 칼을 받으며 끝나는 프롤로그의 마지막 장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내가 체험판으로 접했더라도 이런 식으로 끝났다면 게임을 안 사기가 어려웠을 듯. Fate루트의 폐가에서의 모 장면이나 UBW루트에서의 재계약 때문에 두 번째 읽을 때는 세이버를 못 얻어 좌절하거나 세이버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린의 대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것도 새롭다면 새로운 느낌이다.. ㅡㅡ;